거의 세 달 전 이리나 슈발로바의 시를 러시아어에서 우리말로 옮기고 슈발로바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시인들을 더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더니 할리나 크루크를 소개해주었습니다. 크루크의 시는 러시아어가 아니라 영어로 옮겨진 것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시를 러시아어에서 옮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궁여지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족 관계 상 거리가 훨씬 먼 영어에서 옮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거의 유일한 초급 우크라이나어 교재 <꿩 먹고 알 먹는 우크라이나어 첫걸음>을 사서 틈틈이 공부했습니다. 러시아어를 안다고 해서 우크라이나어가 술술 읽힐 것이라는 생각은 아주 틀렸습니다. 우크라이나어 공부를 하지 않은 채 크루크의 시를 읽었을 때, 키릴 문자 말고는 익숙한 것이 없었으니까요. 알고보니 같은 키릴 문자도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는 매우 다르게 읽더군요. 러시아어를 오래 배웠으니 우크라이나어도 잘 알 거 아니냐고 무심히 내뱉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우크라이나어 '첫걸음'을 하고 크루크의 시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역시나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 이건 이런 문법적 요소구나 하는 건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관심도 많이 사그라든 가운데 <니 비니!> 코너를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시의 단어 하나하나를 구글 번역기에 입력해 보고 러시아어로 바꿔 보았습니다. 사분의 일은 '꿩 먹고 알 먹는' 마음으로(무엇이 '꿩'이고 무엇이 '알'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언제 어디선가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공부했던 우크라이나어에 대한 직감을 통해, 사분의 삼은 번역기가 바꿔주는 러시아어를 통해 크루크의 시를 읽었습니다. 물론 영역도 참고했구요. 그렇게 읽어낸 크루크의 시는 등골을 오싹하게 했습니다.
찾아보니 그녀는 전쟁 발발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똑같이 만들어버려서 시를 위한 장소는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을 지경이다. 지금 이 전쟁에 대해 영원히 남을 아름답고 심오한 시를 쓰는 자들은 바로 우리 러시아 동료들이다. 그들은 안전한 곳에서, 이민간 곳에서, 그러니까 총탄이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창작을 위한 탐색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현실의 불결함과 추악함에 한눈 팔지 않은 채 시를 쓰고 있다. 그 어떤 사이렌도, 그 어떤 포격도, 소총 혹은 탱크와 들이닥치는 그 어떤 점령군도 그들이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각주:1] 그리고 마지막에 덧붙입니다. "Мені шкода, що поезія не вбиває. 메니 시코다, 시초 포에지야 네 우비바예." 시가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 나는 참 유감이다.
할리나 크루크는 1974년에 태어났고 르비우 대학에서 중세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십대 때부터 활발히 시작 활동을 해 오고 있고 시집 다섯 권, 소설 두 권을 냈습니다. 특히 그녀가 쓴 동화책은 열다섯 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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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тоїш із плакатиком "nowar" як індульгенцією за те,
чого уже не відвернути: війну не зупинити,
як яскраву артеріальну кров із відкритої рани –
вона тече, доки не вб’є,
заходить у наші міста озброєними людьми,
розсипається ворожими дрг у внутрішніх дворах,
ніби смертельні ртутні кульки, що їх уже не визбирати,
не повернути назад, хіба що вистежувати і знешкоджувати
цим цивільним менеджерам, клеркам, айтішникам і студентам,
яких життя не готувало до вуличних боїв, але війна вчить
в польових умовах, на до болю знайомій місцевості, наспіх
в тероборону спершу беруть чоловіків із бойовим досвідом,
потім уже навіть тих, що мають за плечима тільки Dune і Fallout,
ну і ще короткий майстерклас із приготування вибухових коктейлів від знайомого
бармена. в найближчому нічному клубі сплять діти, плачуть діти, народжуються діти
у світ, тимчасово непридатний для цього
у дворі на дитячому майданчику варять протитанкові їжаки
і розливають смертельні "напої" – сімейним підрядом,
цілими родинами, які нарешті спізнали радість спілкування
і злагодженої колективної праці – війна скорочує відстань
від людини до людини, від народження до смерті,
від того, чого ми собі не бажали –
до того, на що ми виявилися здатні
– мамо, візьми трубку, другу годину просить жінка у підвалі багатоповерхівки,
вперто і глухо, не припиняючи вірити в чудо
але мама її поза зоною досяжності, у тому передмісті,
де панельки склалися, як дешевий конструктор,
від масованих ударів, де вежі зв’язку ще вчора
перестали зв’язувати, де світ розірвався на до війни і післ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