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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13

전쟁사전 5: 허수아비에서 설탕까지 (마지막 편) 전쟁사전 5: 허수아비에서 설탕까지 (마지막 편) 번역: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그림 출처: https://pen.org.ua/slovnyk-vijny-korotki-istoriyi-ukrayinskogo-sprotyvu 허수아비 올레흐 코차레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한창인 요즘, 다들 알다시피 가장 이상한 일들은 바로 점령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점령지가 해방되고 나면 우리는 그 일들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런데 점령지는 우리가 희생자들, 고문을 비롯한 여러 잔혹 행위에 대해 알게 될 때 경험하는 두려움이나 공포만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점령지는 그 고유의 섬뜩함 때문에 관찰 대상으로서의 흥미도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우리 앞에는 매우 독특하고 일시적인 반(反)공간,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들,.. 2023. 3. 31.
두 편의 ‘페미니스트 반전(反戰) 저항’ 선언문 두 편의 ‘페미니스트 반전(反戰) 저항’ 선언문 번역: 황유경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세미나회원 이종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2022년 2월 23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직후 러시아의 페미니스트들이 결성한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Феминистское антивоенное сопротивление, ФАС)은 선언문을 공개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이 운영하고 있는 텔레그램 채널에는 전쟁 발발 이후 첫 달 동안 26,000명의 구독자가 모이기도 했다. 결국 작년 12월 23일 러시아연방 법무부는 이 단체를 '외국대행기관' 목록에 포함시켰다. 2022년 3월에는 전세계 151명의 페미니즘 활동가들이 러시아 페미니스트들의 반전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을 공개했다.. 2023. 3. 29.
SadSvit의 노래 두 곡 - <실루엣>, <스트라드차> SadSvit의 노래 두 편 - , 이종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매일 미사일이 떨어지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어떤 음악을 만들고 들을까? 안전하고 따뜻한 곳에서 뒹굴거리는 사람이나 할 법한 한가한 질문이다. 한가한 사람의 취향을 또 어떻게 알았는지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질문에 답이 될 법한 영상들을 소개해 주었다. 처음에는 어떤 음악인지도 모르고 신나게 들었다. 제목은 '실루엣', 신나고 멋진 리듬과 감각적인 영상이 매력있었다. 덕분에 익히게 된 우크라이나어 실력을 발휘해 노래에 대한 정보와 가사를 찾아보았다. SadSvit이라는 뮤지션의 노래였다. 영어로 '슬픈'을 뜻하는 'sad '와 '세상'을 뜻하는 우크라이나어 'світ'을 합친 이름이라고 한다. 그의 본명은 보흐단 로즈바도브스키로 2004년생이다. .. 2022. 12. 31.
전쟁사전 4: 어른다움에서 퍼즐까지 전쟁사전 4: 어른다움에서 퍼즐까지 번역: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그림 출처: https://pen.org.ua/slovnyk-vijny-korotki-istoriyi-ukrayinskogo-sprotyvu 어른다움 카테리나 미할리치나 기차역에서 크라마토르스크에서 온 가족들을 맞이한다. 러시아어를 말하는 두 엄마들. 그리고 다섯 명의 아이들. 열다섯 살짜리 소녀, 여덟 살, 열 살 남자 아이 둘, 네 살배기 세바, 그리고 한 살 반 된 사샤. 거리는 손이 얼어붙을 정도로 춥다. 어린 아이들은 열차 침대칸에서 꼬박 하루 반나절을 보낸 탓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오십 명이 타고 있었고 꾸벅 졸 수 도 없었던 침대칸에서 이 아이들은 가장 어린 사람들이었다. 폴란드로 향하는 두 가족은 우선 셰기니로.. 2022. 12. 12.
전쟁사전 3: 할머니에서 메아리까지 전쟁사전 3: 할머니에서 메아리까지 번역: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지난 2회에 걸쳐 올린 은 여러 사람들이 일상에서 듣거나 생각한 것들을 기록하고 오스타프 슬리빈스키가 한데 모은 것이었다. 이번부터 3-4회로 나눠 올리는 은 역시 슬리빈스키가 주도한 프로젝트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작가들이 적은 항목들이다. 이 글은 우크라이나 펜클럽 사이트(https://pen.org.ua/slovnyk-vijny-korotki-istoriyi-ukrayinskogo-sprotyvu)에 게시된 글로서 작가들은 각자 자신의 글을 온라인 공간에서 낭독했다. 젊은 시인부터 노시인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작은 것부터 종교적 묵상에 이르기까지, 키이우에서 마리우폴에 이르기까지 말이 전쟁을 겪으며 취한 몸짓들, 자세들이 새겨.. 2022. 11. 5.
전쟁사전 2: 코코아에서 창고까지 전쟁사전 2: 코코아에서 창고까지 오스타프 슬리빈스키 번역: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전 편 보러가기-> 웹진 인-무브 - 전쟁 사전 1: 쓰레기에서 시체까지 (tistory.com) 코코아 보흐다나, 키이우-르비우 “어제는 크라마토르스크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정말 많았다. 기차들이 계속 도착하고 사람들은 요기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려고 우리 쪽으로 왔다. 우리에게는 마침 우유와 쌀로 끓인 카샤가 있었다. 아주 전형적인 아침 식사인 이 카샤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커피가 다 떨어지자 우리는 코코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른들도 사실 코코아를 좋아한다. 단지 코코아를 좋아한다는 것을 잘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나는 홍차 티백들 사이에서 녹차를 찾고 있었는데, 어떤 부인이 꼭 녹차를 .. 2022.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