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무브 Project/시각문화 읽기7 “공간과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몸처럼” 디자인을 수행하기 “공간과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몸처럼” 디자인을 수행하기 서평 정 지 영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지금까지 그래픽 디자인사에서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조형 요소의 혁신성을 중심으로 다뤄졌다. 이 말은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시각 영역에서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러시아 아방가르드가 독일 바우하우스와 얀 치홀트의 뉴타이포그라피에 끼친 영향력을 떠올리면 과연 그것으로 충분한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책에서는 절대주의와 구축주의가 추구한 이념을 소개하고, 당시 예술가들의 네트워크를 자세히 서술하여 독자로 하여금 조형 요소의 혁신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그 이면에 자리한 1900년대 초 러시아 예술계의 양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2020년 러시아에서 출판된 이 책이 불과 2년 안에 국내에서 번역본으로 읽을 수 .. 2025. 3. 23.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를 보았습니다. 를 보았습니다. 길혜민(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이 사진(아래)을 처음으로 본 건 적어도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때는 이 사진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사진을 본 순간부터 위로라고 해야 할까. 안도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종류의 마음이 들어서 오랜 시간동안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았다. 사진 속에는 연인인 두 남성이 자신들의 사랑의 삶을 누군가가 찍도록 허락했다는 점이 이 사진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내가 이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한다는 것은 적어도 세계의 어떤 부분과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렇게 믿음만으로 된다고 생각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두 번째의 사진의 주인공들이 위의 사진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며칠 전에.. 2024. 6. 15. “유감”의 용법에 대한 분노의 아카이브: “유감”의 용법에 대한 분노의 아카이브: 리뷰 조지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유감(Regret)”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열렸던 故김용균 추모 5주기 특별기획전시가 지난 12월 3일에 막을 내렸다. 언뜻 추모 전시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유감’이라는 단어는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전시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은 12월 7일 대법원의 판결 속에서 다시 반복되었다. 대법원의 기각판결로 김용균의 산재사망에 대한 원청의 무죄가 확정되었고,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던 유감이라는 강렬한 글자가 대법원의 판결 속에서 (실제로는 그 단어를 내뱉고 있지 않지만)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유감이지만) 원청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사망사고는 유감이나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법정 발화.. 2023. 12. 11. 아우성-이미지: 현장 퍼포먼스로서 전장연 스티커 시위 아우성-이미지 현장 퍼포먼스로서 전장연 스티커 시위 정지영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이 글은 2023년 11월 5일 wrm에서 진행된 〈디자인 문화 강연/워크숍: 신중한 질문들〉에서 썼습니다. 표면이 찢기고 긁힌 스티커들이 승강장 벽을 덕지덕지 메운다. 지난 21년 12월부터 시작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 촉구 시위의 흔적이다. 시위는 끝났지만, 4호선 삼각지역 벽을 광활하게 드리운 스티커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한동안 오가는 시민의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면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스티커 시위”(이하 전장연 스티커 시위)의 위력을 금세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전장연 스티커 시위는 일반적으로 불법 부착물이나 청소 노동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윤리적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그.. 2023. 11. 14. 10월 21일: 비상과 추락의 다큐멘터리 10월 21일: 비상과 추락의 다큐멘터리 윤지혜 | 미술비평.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세미나 회원 “사회적 격변, 이주 과정, 새로운 세계 질서의 가파른 계층적 격차에 의해 생겨난 단층을 내용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형식적 구성의 차원에서도 고려하는 […] 어떤 종류의 다큐멘터리 재고 목록이 있는가?” “이미지가 그 사건들을 보여줄 수 없을지라도 그것은 자체적인 주변화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 이미지의 빈곤은 결여가 아니라, 내용보다는 형식에 대한 정보의 추가적인 층위이다. 이 형식은 그 이미지가 어떻게 취급되고 공개되고 전달되거나, 무시되고 검열되고 삭제되는지 보여준다.” 들어가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아방가르드 세미나에서 히토 슈타이얼의 두 대표 저작 『스크린의 추방자들』 과 『진실의 색: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리.. 2023. 5. 13. 영화에 기입된 역사를 읽어내기 위한 이론적 모색 -<비교의 항해술> 서평(2/2) 영화에 기입된 역사를 읽어내기 위한 이론적 모색(2/2): 하승우, 『비교의 항해술』 서평 조지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어서 계속) 3. 영화 의 특권적 쇼트가 남긴 질문 저자가 이 책에서 펼쳐내는 비교영화 분석, 즉 비교의 항해술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글이 후반부는 저자의 영화 해석을 축약해서 다시 언급하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의 '예외적 분석', 다시 말해 4장에서 수행되고 있는 영화 에 대한 심층 분석을 검토해보며, 이를 통해 이 책에서 전개하고 있는 종별성 개념으로 영화 읽기의 어려움에 대해서 환기해보고자 한다. 이를 검토하기 위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먼저 특수는 보편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 그리고 특수는 보편화의 원리 속에서 다른 특수.. 2023. 4. 1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