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무브 연재완료/데리다의 엽서6

여섯 번째 엽서 여섯 번째 엽서 최원 | 독립연구자 안녕하세요? 참 오랜만에 엽서를 띠웁니다. 그 동안 개인적으로 여러 사정들이 겹치면서 엽서를 쓸 여유를 좀처럼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오래 엽서를 드리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려 뭐라도 좀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지난번에 약속드렸던 내용의 엽서를 쓰진 못하게 됐을 뿐 아니라, 더 나쁜 것은 저 자신의 글도 아닌 데리다의 논문 한편에 대한 발제문을 보내드리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발제문에서 요약하고 있는 「“발생과 구조”와 현상학」이라는 이 논문은 데리다의 『글쓰기와 차이』에 실려 있는 것으로 후설의 지적 여정에 대한 데리다의 설명이 잘 담겨 있는 논문이지요. 국역본에는 오역들이 상당히 있어서 .. 2018. 1. 28.
다섯 번째 엽서 : 원-에크리튀르와 그것을 둘러싼 논쟁의 실마리를 찾아서 다섯 번째 엽서 - 원-에크리튀르와 그것을 둘러싼 논쟁의 실마리를 찾아서 - 최 원 | 독립연구자 안녕하세요? 먼저 지난달에 제가 당신께 엽서를 쓰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 학기가 시작된 데다가 몇 가지 개인적인 사정이 겹치면서 그렇게 된 것이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셨으면 합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매달 한 장의 엽서를 보내드리고 싶지만 때로는 그렇게 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기면 그냥 바쁜가보다 또는 아직 생각이 덜 정리 되었나보다 여기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데리다의 원-에크리튀르에 대한 저의 이해를 간략히 말씀드리면서 거기에 기초해서 데리다와 알튀세르 사이의 쟁점 하나를 제기해보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데리다의 에크리튀르를 글쓰기 또.. 2017. 11. 1.
네 번째 엽서: 현상학과 그라마톨로지 네 번째 엽서― 현상학과 그라마톨로지 ― 최 원 | 독립연구자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한 동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몇 번의 비와 함께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 날씨가 선선합니다. 이번 엽서에서는 전에 말씀 드린 것처럼 현상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이게 저로서는 조금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오랜 기간 맑스주의나 포스트-맑스주의(특히 알튀세르와 발리바르의 논의들), 그리고 정신분석학(특히 라캉의 논의들)에 관심을 기울여 왔기 때문에 현상학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저의 엽서를 받아보시는 당신도 어쩌면 현상학을 조금 낯설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상학은 앞으로도 몇 차례에 걸쳐서 당신께 말씀드려야 할 주제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우선 데리.. 2017. 8. 31.
세 번째 엽서 세 번째 엽서 엽서는 편지와는 조금 다른 시간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편지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나름대로 숙고되고 정리되었을 때 적어 보내는 것이지요. 그래서 호흡이 길어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엽서는 무언가 다른 일을 하는 와중에 빠르게 몇 줄 휙 휘갈겨 보내는 것이기 쉽습니다. 미처 숙고되지 못하고 정리되지 못한 생각을 말이지요. 그래서 엽서는 (마냥 가벼운 안부만을 담아 보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수정되거나 심지어 취소될 것을 예상하면서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적어 보내는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물론 편지도 그럴 수 있지만, 엽서보다는 조금 덜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엽서엔 너무 많은 의미를 담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의미도 두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렇.. 2017. 7. 24.
두 번째 엽서 두 번째 엽서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글을 올리겠다고 약속드린 15일이 다가왔는데, 갑자기 개인적으로 일들이 마구 겹치고 예정에 없던 큰일까지 생기는 바람에 제대로 글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만큼 아무 엽서도 부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군요. 왜냐하면 정해진 마감일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거의 늘 마주하고 있는 조건이자, 우리가 언젠가는 우리 자신의 죽음을 마주해야 할 날이 있다는 사실의 환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빌려온 시간을 살다가는 유한한 존재로서의 우리는 늘 마감일을 앞두고 있으며 그때까지 무엇이라도 써야 하고, 어떤 짓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이데거가 죽음을 향한 존재의 실존적 불안(Angst, anxiety)에 대해 말했을 때, 그는.. 2017. 6. 20.
첫 번째 엽서 첫 번째 엽서 최원 | 독립연구자 안녕하세요? 제가 당신께 드리는 첫 번째 엽서네요. 저는 지난 두 달 동안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연구공간 ‘우리 실험자들’에서 라는 제목 하에 다른 분들과 함께 세미나를 조직해 왔습니다. 저희가 처음 논의 대상으로 삼았던 아즈마 히로키의 에 대한 세미나는 5월말까지 완료될 예정이고, 6월 부터는 데리다의 텍스트를 직접 읽어 나가게 될 것입니다. , , , , 의 순서를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지요. 저는 이 세미나에서 갖게 된 생각의 편린들을 한 달에 한 차례, 매달 15일에 이곳에 올려 당신과 공유해볼까 합니다. 제가 당신께 띄우는 엽서인 셈이지요. 비록 데리다가 가장 중심적인 논의 대상을 이루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데리다와 관련된 다른 철학자들을 논의하거나 비교할 .. 2017.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