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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Writing/인-무브 서평24

인정의 패러다임. 자유와 자아 상실 사이에서 『인정 : 하나의 유럽 사상사』(악셀 호네트, 강병호 역, 남, 2021) 서평백선우(서교인문사회연구실)   1.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그리고 하버마스에 이어서 프랑크푸르트 학파 3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에게 계몽의 변증법, 하버마스에게 의사소통행위가 핵심이었다면, 호네트는 인정이라는 개념을 현시대를 진단하기 위한 핵심개념으로 제시한다. 최근 E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호네트가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교수자격논문으로 제출했던 『인정투쟁』은 이후 그의 모든 저작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저작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가장 중요한 저작인 『인정투쟁』을 비롯해서 악셀 호네트와 낸시 프레이저의 논쟁을 담은 『분배냐,.. 2022. 5. 17.
신화와 키치 사이의 일상: 『공통의 장소: 러시아, 일상의 신화들』 서평 신화와 키치 사이의 일상: 『공통의 장소: 러시아, 일상의 신화들』 서평  김무겸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세미나회원  1.  『공통의 장소: 러시아, 일상의 신화들』는 소비에트 시절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살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문화비평가 스베틀라나 보임의 책이다. 이 책은 1994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판되었고, 2002년에는 러시아어 판본이 출판되었다. 한국에서는 러시아 문학 연구자인 김민아의 번역본으로 2019년에 나왔다.  출판 직후, 서구의 비평가들은 하나같이 ‘외부자가 된 옛 소련인’이라는 보임의 이중적 정체성에서 글의 독특한 힘을 보았다. 서구 유럽의 지적 담론과 소비에트인의 문화적 감각을 동시에 가질 수 있었던 보임의 이중적 정체성이 해당 문화 내부에 사는 사람들의 관습화된 지각으.. 2022. 4. 28.
가장 우울증적인 주체, 이성애 가장 우울증적인 주체, 이성애- 주디스 버틀러, 5장 읽기    쏠|서교연 페미니즘이론학교   최근 출판된 5장 ‘우울증적 젠더/거부된 동일화(identification)’에서 버틀러는 “먼저 자아가 젠더화된 성격을 띠게 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우울증적 동일화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지 설명하고 둘째로, 이 같은 우울증적인 젠더 형성 분석이 동성애적 애착의 상실을 애도하기에 매우 어려운 문화 안에서 사는 것의 어려움을 밝히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설명”(196)[각주:1] 한다.     우울증적 동일화와 젠더화된 성격 습득   먼저 우울증적 동일시와 젠더화된 성격 습득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버틀러는 프로이트의 상실과 대상리비도 집중에 대한 논의들을 끌고 온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 2019. 6. 18.
수행성의 차원에서 거짓말을 사유하기: 데리다의 <거짓말의 역사> 리뷰 수행성의 차원에서 거짓말을 사유하기-자크 데리다의 『거짓말의 역사』(2019) 리뷰   조지훈(서교인문사회연구실) 1. 『거짓말의 역사』는 1994년에서 1995년까지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열린 데리다의 세미나 일부 내용을 단행본으로 출판한 강연록이다. 흥미로운 점은 데리다가 이 책에서 생전에 출판한 저작에서는 거의 다룬 적이 없는 ‘거짓말’에 대해서 다룬다는 것이다. 데리다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해체론의 방법으로 철학사에 다루어진 거짓말 개념을 추적한다. 우선 데리다는 진술문의 참/거짓 유형을 따지는 방식으로 거짓말을 파악하는 일상적인 거짓말 개념에 문제제기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실수할 수도 있고, 굳이 속이려고 하지 않더라도, 즉 거짓말하지 않고도 거짓을 말할 수 있기”(12쪽) 때문이다. 즉,.. 2019. 6. 9.
스스로를 믿는 자의 분노 :『시스터 아웃사이더』 서평. 스스로를 믿는 자의 분노『시스터 아웃사이더』 서평. (오드리 로드, 주해연·박미선 옮김, 후마니타스, 2018)  길혜민(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교차성에 대해서라면 SNS를 통해 눈동냥으로 배운 것, 웹진에 올라왔던 크랜쇼의 논문이 앎의 전부이다. 그런 상태에서 오드리 로드의 책 『시스터 아웃사이더』를 읽었다. 아직도 교차성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운 정도의 지적수준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나는 페미니즘적 감정 사용법에 대해서 지도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특정 젠더가 우월하게 전제되어 있는 사회에서 감정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감정 억압의 기제에 대응할 힘을 준다. 때때로 우리는 감정이야말로 이성적이고 논리적 대응보다 갖춰져야 하는 계기라는 것을 쉽게 잊고 살았던 것 같다.  .. 2018. 9. 9.
[서평] 알튀세르/발리바르의 관점에서 본 진태원의 <을의 민주주의> 알튀세르/발리바르의 관점에서 본 "을의 민주주의"[각주:1] 최원 (철학 독립연구자)  진태원의 첫 단행본인 『을의 민주주의: 새로운 혁명을 위하여』(그린비)의 출간은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서양 철학, 특히 유럽 현대 철학을 정력적으로 연구, 번역하고, 국내에 소개해온 저자는 한국에서 철학하기가 과연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는가를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줘 온 학자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동안 질 낮은 국내 번역서들의 문제점을 비판해온 그는 자신이 직접 난해하고 우리말로 옮기기 까다로운 텍스트들을 충분히 정확하고 가독성 있게, 그리고 아름답게 번역함으로써 좋은 번역서의 기준 자체를 한참 끌어 올려놓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스피노자를 비롯하여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풍부.. 2018.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