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무브 Writing91 허락되지 않은 빈곤 허락되지 않은 빈곤 김지안 청년여성재구성팀 ‘청년+여성’의 문제점 언제나 우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위치에 여성이라는 명사가 붙어야 한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상상되는 청년문제에도 추가분(+a)으로 ‘여성’이 붙는다. 청년이라는 말의 대표성으로는 동일한 연령대의 여성이 경험하는 문제들을 담을 수 없으니 ‘청년여성’이라는 명명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청년여성은, 오직 청년이고 여성인 자신의 조건들을 통해서만 문제를 경험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몰젠더적으로 구성된 청년문제는 누구의 문제인가? 이때 청년여성 문제는 기존의 청년담론이 이야기해왔던 청년문제에 추가적인 문제들을 덧붙이면 설명되는 것일까? (남성)청년들이 겪는 각종 불평등 문제에 (청년)여성이 갖는 특수한 문제들을 더하면 청년여.. 2018. 10. 6. 스스로를 믿는 자의 분노 :『시스터 아웃사이더』 서평. 스스로를 믿는 자의 분노『시스터 아웃사이더』 서평. (오드리 로드, 주해연·박미선 옮김, 후마니타스, 2018) 길혜민(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교차성에 대해서라면 SNS를 통해 눈동냥으로 배운 것, 웹진에 올라왔던 크랜쇼의 논문이 앎의 전부이다. 그런 상태에서 오드리 로드의 책 『시스터 아웃사이더』를 읽었다. 아직도 교차성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운 정도의 지적수준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나는 페미니즘적 감정 사용법에 대해서 지도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특정 젠더가 우월하게 전제되어 있는 사회에서 감정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감정 억압의 기제에 대응할 힘을 준다. 때때로 우리는 감정이야말로 이성적이고 논리적 대응보다 갖춰져야 하는 계기라는 것을 쉽게 잊고 살았던 것 같다. .. 2018. 9. 9. [서평] 알튀세르/발리바르의 관점에서 본 진태원의 <을의 민주주의> 알튀세르/발리바르의 관점에서 본 "을의 민주주의"[각주:1] 최원 (철학 독립연구자) 진태원의 첫 단행본인 『을의 민주주의: 새로운 혁명을 위하여』(그린비)의 출간은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서양 철학, 특히 유럽 현대 철학을 정력적으로 연구, 번역하고, 국내에 소개해온 저자는 한국에서 철학하기가 과연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는가를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줘 온 학자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동안 질 낮은 국내 번역서들의 문제점을 비판해온 그는 자신이 직접 난해하고 우리말로 옮기기 까다로운 텍스트들을 충분히 정확하고 가독성 있게, 그리고 아름답게 번역함으로써 좋은 번역서의 기준 자체를 한참 끌어 올려놓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스피노자를 비롯하여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풍부.. 2018. 7. 31. 이 땅의 이주여성과 함께 ‘우리’가 열어젖히는 정치적 가능성의 공간에 대해 이 땅의 이주여성과 함께 ‘우리’가 열어젖히는 정치적 가능성의 공간에 대해 - 주디스 버틀러의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를 경유하여 문희정 시인 2018년 1월에 있었던 서지연 검사의 고발을 필두로 하여, ‘미투’의 물결이 우리 사회의 잘 보이지 않던 권력 불평등, 젠더 불평등의 깊고 거대한 뿌리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미투의 내용은 크고 작은 성폭력들에 관한 것이며 그 형식은 ‘말하기’이다. 이 말하기는 누가 말하고 누가 듣는 것인가. 이에 대한 간명한 대답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말할 수 있는 자가 말하고 또 그 말을 듣는 자가 이어 말하며, 그 들음과 말함의 폭발적이고도 지속적인 연쇄가 인식론적, 실제적 억압과 폭력으로 가로막혀 있던 공간을 열어젖히리라는 것. 여성은 오래도록 그 말하.. 2018. 6. 26. 자유의 이념은 여전히, 보편사는 다시 한 번 : 『헤겔, 아이티, 보편사』 서평 자유의 이념은 여전히, 보편사는 다시 한 번 『헤겔, 아이티, 보편사』 서평 김도형 | 현대정치철학연구회 모든 인간의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가 1789년에 프랑스 인권선언을 통해 선언되었지만 이 이념의 완전한 현실태는 현재까지도 구현되지 못했다. 그 이후에 수많은 투쟁의 역사를 거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여성-유색인종-소수자-이민자들이 차별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현상들에 있어서 한 가지 주목해야만 하는 점은, 차별을 행하거나 이에 대해 묵인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해야 한다는 규범을 받아들이지만 정작 자신들이 행하는 차별은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자신들이 차별하는 대상은 인간의 범주에서 제외된다고 생각.. 2018. 6. 21. 청년 여성이라는 자리(1) 청년 여성이라는 자리(1) 소영 청년 여성이라니. 이 단어는 어딘가 이상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청년은 성별에 상관없이 젊은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다. 청년정책이 젊은 남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것처럼. 그렇지만 동시에 청년은 젊은 남성을 상상케 한다. 노동자가 남성을 상상케 하듯이, 학생이 남성을 상상케 하듯이. 젊은 여성은 아가씨지, 청년이 아니다.표준국어대사전은 청년을 이렇게 설명한다. ①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 ② 성년 남자. 요컨대 ‘청년 여성’은 ‘인간 여성’만큼이나 이상한 단어지만, 청년이 인간만큼이나 명백하게 남성을 가리키고 있는 이상(혹은 그렇게 이야기되고 있는 이상) 딱히 이상할 것도 없는 단어다. 기존 청년세대 담론이 단지 젊은 남성의 문제로 .. 2018. 5. 24.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