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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Writing90

혐오 시대의 “구멍” 상상하기- 『페미니즘 리부트: 혐오의 시대를 뚫고 나온 목소리들』서평- 혐오 시대의 “구멍” 상상하기  - 『페미니즘 리부트: 혐오의 시대를 뚫고 나온 목소리들』서평-  김지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세미나 회원   기나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거의 평생이었을 혐오의 시대를 뚫고서 나온 “목소리들”과 페미니즘이 만났다. “목소리들”은 혐오의 시대를 ‘지나서’ 당도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견디다 못해 시대를 “뚫고 나온” 존재들이다. 혐오를 통해서, 혐오에 대항해 벼려진 “목소리들”에 선행한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혐오라는 정동이다. 그래서 우리는 혐오를 혐오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터넷상에서, 페미니즘을 말하는 동시에 소수자 혐오를 말하는 것이 그다지 특이한 현상이 아니게 되었다. 인권은 ‘챙겨줘야’ 하는 나열된 이름 중 하나가 되었고, ‘너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 2017. 9. 22.
‘험한 일’ 없는 세상 만들기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을 읽고 ‘험한 일’ 없는 세상 만들기-『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을 읽고  김명준 | 대학생 & 알바 노동자    저는 항상 월요일이 쉬는 날입니다. 주말마다 어느 예식장에서 식기세척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주말 내내 세제, 락스, 고춧가루 냄새를 맡고, 쨍강쨍강 그릇 부딪치는 소리를 듣습니다. 쉼 없이 돌아가는 식기세척기에 그릇 하나라도 더 넣겠다고 열기 나는 증기 속에 고개를 밀어 넣고, 허리를 왼쪽 오른쪽 돌려가면서 그릇을 걸어놓습니다. 그래도 도저히 2천 명 분량의 그릇을 마감시간까지 다 닦지 못합니다. 거기다 관리자들에게 하대 당하면서 일하는 게 만만치는 않습니다. 이렇게 이틀을 꼬박 일하고 나면 월요일에는 몸이 너무 무거워서 무언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당장은 부양할 사람이 없어 저 먹을 만.. 2017. 8. 2.
공동체와 정치를 함께 사유하기 공동체와 정치를 함께 사유하기 한샘 |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이 글은 24호에 실려있습니다. 1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인문예술잡지F』의 편집부로부터 1984년에 출간한 『공동체문화』라는 잡지를 소개받고 이에 대한 생각을 써주기를 청탁받았다. 1980년대의 공동체 문화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거니와, 전공인 ‘철학’과 청탁받은 주제인 ‘공동체’가 과연 어떻게 접목이 될 수 있을지 선뜻 잘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망설였다. 그럼에도 청탁을 받아들인 이유는 그 어려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과 1980년대의 한국 사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에게 익숙한 프랑스 현대 철학에서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33년 전 한국 사회에서 도대체 공동체를 어떻게 사유하고 있었는지가 궁금했다.잡지에는 다양.. 2017. 7. 31.
[서교연 워크샾] 이데올로기와 어펙트, 혹은 ‘인간학적 조건’을 어떻게 사고 할 것인가? #이 글은 계간 90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그런데 필자인 제가 실수로 완성된 판본이 아니라 수정 중에 있는 판본을 편집자에 보내서 90호에는 미완성 판본으로 이 글이 실렸습니다. 전적으로 저의 실수입니다.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필자의 완성본은 이곳에 올려둡니다. 서지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90호, 2017년 여름. 문화과학사. 이데올로기와 어펙트, 혹은 ‘인간학적 조건’을 어떻게 사고 할 것인가?-루이 알튀세르와 브라이언 마수미 사이의 쟁점을 중심으로- 정정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1. 역사유물론의 대상으로서 인간학적 조건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소위 ‘정동’이론이 유행하면서 비판적 연구의 자장 안에서 어펙트(affect)의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1) 특히 ‘정동’이론은 맑스주의 진영의 .. 2017. 7. 19.
기워진 프랑켄슈타인에서 스스로를 기우는 프랑켄슈타인으로! 기워진 프랑켄슈타인에서 스스로를 기우는 프랑켄슈타인으로![각주:1]    문희정 | 시인     “자본은 흡혈귀처럼 오직 살아 있는 노동을 빨아먹어야 살 수 있으며, 더 많은 노동을 빨아먹을수록 더 오래 사는 죽은 노동이다.”  흡혈귀, 이것은 맑스가 발명한 자본과 자본가에 대한 강력한 비유이다. 우리는 그 비유 앞에서 대책 없는 무기력함과 씁쓸함, 혹은 맥없는 악의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우리 안의 힘을 조금 잃는 일이다. 그 점에서 나는 기존의 비유를 무화시키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에 필적하는 이편의 상징, 즉 대중과 프롤레타리아트와 ‘을’의 무리를 대표하는 상징을 찾아내는 일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고, 여러 날 그 일을 위해 골몰했다. 그렇게 하여 찾아 낸 상징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2017. 7. 3.
백승욱의 <생각하는 마르크스>를 시와 더불어 음미하기 백승욱의 를 시와 더불어 음미하기     이상하 | 독립연구자      그 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 그 날 중   고유한 시대의 질병? 영원한 자본의 모순?         모든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질병이 있다는 말로 시작하는 한병철의 세계적 밀리언셀러 피로사회 이후, 마치 하나의 축제마냥 경쟁이 벌어졌다. 서동진이 변증법의 낮잠 책 서두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국사회는 어떤 사회인지 어떤 고유질병이 있는지 분석한다는 XX사회 류의 책들은 넘쳐났고 하나의 붐을 이루었지만, 그중 피로사회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듣는 책은 판매량으로 따지는 대중적 영향력으로 보나 이론.. 2017.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