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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연재완료/러시아 현대시 읽기20

필명 없음 - 안나 아흐마토바의 시 몇 편 (2) 필명 없음 - 안나 아흐마토바의 시 몇 편 (2) -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수령님의 기념일 지난번에는 필명과 실제 이름, 시와 일기 사이에서 진자 운동을 하는 아흐마토바의 초기 시를 읽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아흐마토바가 작가동맹 개인카드에 파 놓았던 네 개의 함정 중 세 번째 함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아흐마토바는 개인카드에 출생연도를 1893년이라고 적어 넣었는데요, 사실 그녀는 1889년 6월 11일(신력으로는 23일)에 태어났습니다. 그녀보다 십년 먼저 태어난 유명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소비에트 연방의 최고 권력자 이오시프 스탈린입니다. 1949년 12월 21일(신력), 스탈린의 일흔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아흐마토바는 다음 시를 써서 그에게 바칩니다. 21 Декабря 1949 года.. 2021. 5. 21.
필명 없음 - 안나 아흐마토바의 시 몇 편 (1) 필명 없음 안나 아흐마토바의 시 몇 편 (1)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그런데 알고 보니... 작년 11월,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의 회원 W가 러시아에 왔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며칠 지내다 함께 침대칸 열차를 타고 페테르부르크에 갔습니다. 영하와 영상을 오르내리고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페테르부르크 여행의 마지막 날 우연히(사실은 화장실을 들르기 위해) 안나 아흐마토바 박물관에 갔습니다. 박물관은 폰탄카 강변에 있는 ‘폰탄니 돔(Фонтанный дом)’의 별채에 있습니다. 원래는 셰레메티예프 백작가문이 18세기 초반에 지은 저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혁명 후 소비에트 정권은 이 저택을 국유화해서 을 만들었습니다. 별채에는 아흐마토바의 세 번째 남편이었던 니콜라이 니콜라예비치 푸닌이 살았다고 합니다. .. 2020. 12. 30.
마리나 츠베타예바와 『끝의 시』 (2) 마리나 츠베타예바와 『끝의 시』 (2)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끝에 끝!: ‘끝의 시’에 대하여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러시아문학사에서 ‘끝의 포에마’, 러시아어로 하자면 ‘Поэма конца’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20세기 초반 러시아 미래주의자였던 바실리스크 그네도프의 「끝의 포에마」인데, 열다섯 편의 ‘포에마’로 구성된 연작 「예술에 죽음을」의 마지막에 나오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열네 편의 ‘포에마’에는 글이 거의 없습니다. 있어도 우리가 알 수 없는 말들만 있습니다. 열다섯 번째 포에마인 에는 제목만 있고 백지입니다. 그네도프는 이 연작을 무대에서 낭송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이를 본 블라디미르 퍄스트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마지막 포에마에는 말이 없었다... 2020. 8. 11.
마리나 츠베타예바와 『끝의 시』 (1) 마리나 츠베타예바와 『끝의 시』 (1)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지난 4월 말 읻다출판사에서 마리나 츠베타예바 시선집 『끝의 시』가 출간되었습니다. '위트앤시니컬x읻다' 연속행사의 일환으로 6월 5일 시집서점 위트앤시니컬에서 츠베타예바의 삶과 시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이 행사에서 읽었던 원고를 2회에 걸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너희의 차례가 오리라!오늘은 6월 5일이고 내일은 6월 6일입니다. 러시아에서는 이날 두 가지를 기념합니다. 하나는 ‘러시아어의 아버지’, ‘러시아시의 태양’으로 칭송받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생일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기념하여 2010년에 유엔이 제정한 ‘러시아어의 날’입니다. 푸시킨의 생일과 러시아어의 날을 앞두고 러시아 시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갖게 .. 2020. 8. 8.
[번외편] 혁명적 시간의 시학: 횔덜린과 만델시탐(3) 혁명적 시간의 시학: 횔덜린과 만델시탐 #3 아르테미 마군번역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III. 전치(轉致) 이번에는 아주 다른 종류의 텍스트를 살펴보자. 다음은 오시프 만델시탐이 1913년에 쓴 시다. ***Мы напраяженного молчанья не выносим, -Несовершенство душ обидно, наконец! И в замешательстве уж объявился чтец, И радостно его приветствовали: “Просим!” Я так и знал, кто здесь присутствовал незримо!Кошмарный человек читает “Улялюм”. Значенье - суета, и слово - только шум,Ког.. 2019. 8. 8.
[번외편] 혁명적 시간의 시학: 횔덜린과 만델시탐(2) 혁명적 시간의 시학: 횔덜린과 만델시탐 #2 아르테미 마군번역 이 종 현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II. 무위의 작업 1797년 프리드리히 횔덜린은 시 Die Muße, 「무위」를 쓴다. Friedrich Hölderlin Die Muße Sorglos schlummert die Brust und es ruhn die strengen Gedanken. Auf die Wiese geh' ich hinaus, wo das Gras aus der Wurzel Frisch, wie die Quelle mir keimt, wo die liebliche Lippe der Blume Mir sich öffnet und stum mit süßem Othem mich anhaucht, Und an tausend Zweige.. 2019. 7. 21.